우리집에도 찾아왔다.
결국.
막내가 감기로 한주동안 학교를 쉬었다가 다시 간지 불과 일주일도 안되었을무렵.
스멀스멀 기침이 시작되더니 37.9도를 밑도는 미열이 시작되었다.
원래 열이 잘 안나는 체질인 나는 미열이 조금만 있어도 몸이 힘든편이라 며칠을 누워있다가.
밤새 화장실을 들락이며 몸속의 모든것을 꺼내 확인한 다음날 아침.. 결국 병원에 다녀왔다.
기침과 미열, 목이물감, 장염, 근육통 이 모든것이 최근 유행하는 오미크론인것 같다며.
일주일치 어마어마한 양의 약을 지어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가 아프다며 세 아이들을 접근금지 시켜놓고 집안을 돌보던 순두부도 결국 다음날 목이 잠기더니 미열이 올랐다.
순두부가 아프니 정신이 번쩍나서 약을 챙겨먹고 가족들을 챙겼다.
각종 비타민과 영양제, 홍삼젤리등을 챙겨 먹였다.
순두부가 아프고 열이 떨어질무렵. 사흘뒤.. 막내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제일 우리 옆에서 뒹굴고 부비적거리는 녀석이라 어쩔수 없었던 것 같다.
38.4도 고열이 갑자기 시작되더니 기운없이 늘어져 있다.
다음날 오후.. 둘째의 고열 시작.
학교가 온라인수업이라 오전수업까지 멀쩡하게 듣던 아이가 갑자기 고열이 난다. 38.9도. 침을 뱉어 검사를 해보니 양성이 뜬다.
모두가 확진된것 같다며 혼자 마스크를 끼고 수업을 하던 첫째아이도 그날 밤부터 38.3도의 열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꼬박 사흘동안 열이 났다.
막내는 72시간동안, 둘째와 첫째는 48시간동안.
막내가 어려서인지 조금더 길게 가긴 했다.
다 큰 아이들의 열이 몸을 떨며 39도씩 올라가니 겁이 덜컥 났다.
충분히 준비했다 생각했던 부루펜이 유효기간이 지난걸 알았을땐 눈앞이 깜깜했다. (그냥 먹여볼까 생각도 했지만, 이보다 더 안좋아지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여긴 외국이고, 코로나 확진인채로 다른곳이 안좋으면 분명 더 어려워질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무조건 조심하기로 마음먹었다.)
주변 약국에는 이미 부루펜이 동이 난 상태.
학교 대면수업과 맞물려 베트남에서도 오미크론의 확산에 아이들이 감염율이 올라간 상태라 어딜가도 해열관련 제품들은 구하기가 어려운 모양이었다.
타이레놀보다 부루펜을 먹을 때 우리아이들은 열이 잘 떨어지는 편이라 어떻게 버텨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지인들을 통해 이곳저곳 수소문 하고
쇼피 앱을 통해 부루펜을 주문했다. 2000원정도 돈을 더 내고 하루 이틀만에 도착 할 수 있는 배송을 선택했다.
다음날 아침 우리가 확보할 수 있었던 부루펜은 6병.
우리가 필요한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이었지만.. 이렇게 든든할 수가. 함께 걱정해주며 애써준 모든이들에게 너무나 감사했다.
꼬박 3일 열이 나고 아이들은 모두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다시 정식검사가 필요했다. 모든 가족이 음성이 나오기까지의 날짜는 꼬박 10일.
열흘이 지나니 겨우 모든 가족들의 음성이 확인이 됐다.
가족모두가 평화롭기만 했던 작년 5개월의 락다운은 2주동안의 고열과 함께한 시간에 비하면 유유자적 너무 편안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이렇게 코로나가.. 오미크론이.. 우리가족을 지나갔다.
너희들은 슈퍼항체를 가진거야!! 라며 아이들의 기분을 좋게 이야기해줬지만..
한번이면 충분한.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다.
오미크론이 아니었다면. 다른 변이의 코로나였다면 어땠을까.
나름 많은 영양제와 약들로 준비가 충분했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디 작은 바이러스 앞에
맥없이 늘어지는 아이들 앞에 한없이 무기력했다.
이 바이러스와 기나긴 사투속에 이렇게 맥없이 보낸 이들이 또 얼마나 많은지 생각하니
하이테크놀로지를 구현하고 있다는 인류가 얼마나 무기력한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 시간이 어떻게 기억될까. 나와 아이들에게.
우린 좀더 겸손함을 배워야 하는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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