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순두부의 출장

BIANS 2019. 4. 25. 12:25

세 아이들과 하루 24시간 매일을 함께 보내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새삼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이후로 느끼는 감정이다.

 

남편의 부재, 출장이라는 이유이긴 하지만 어쨌든 내 삶을 함께 공유하고 나누었던 존재가 잠시 부재한다는 사실이.

아니 그보다는 나 혼자 오롯이 이 삶을 감당해야한다는 사실이 나를 팍팍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세아이 모두에게 화를 냈다.

막내아이에겐 엄마가 기껏 해준 오믈렛을 제대로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둘째 아이에겐 쓸데없이 얼굴에 스프레이를 분사해서 엄마를 화나게 했다는 이유로.

 

첫째 아이에겐 (원래 걱정이 많은 성격인지라) 자신의 계획대로 재능선생님이 오지 않고 일정을 바꿨다는 이유로.

 

각각의 아이들에게 내 나름대로의 이유를 갖다 붙였지만.

결국엔 내 짜증이고 내 화였다.

아이들에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셋째 아이는 마지막 어금니가 나기 시작했고. 사알짝 구멍이 난 사이로 이가 나오느라 잇몸이 퉁퉁 부어있었다.

잇몸이 아프니 당연이 급한 배고픔만 괜찮아지면 더이상 안먹을밖에..

둘째 아이는 그냥 아무이유없이 눌러봤을꺼다. 엄마의 공연한 짜증이었다.

첫째 아이는.. 워낙 계획적인 아이이고 그에 따라 자신의 일정을 조정하다 보니 하루일찍 오는 선생님의 스케쥴에 맞춰 밀려있는 학습지를 미처 하지 못함에 짜증이 났을게다.

 

각자의 타당한 이유가 있었음에도 아이들은 나에게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나의 눈치를 보느라 연신 미안하다고 조용조용 다니고 있었다. 아직 말을 못하는 셋째는 흘깃흘깃 나를 보며 이방 저방 돌아다니고 있었다.

성인이었다면 머리채를 잡고 싸워도 모자랐을텐데 엄마란 이유로 아이들은 내 눈치를 보며감당해 내고 있었다.

얼마나 이기적인 어른인지.

 

엄마는 아무도 준비할 수 없는거라지만... 나같은 이기적인 엄마에게 아이들이 얼마나 상처받았을까..

내 삶이 아무리 팍팍하더라도 꽃같은 아이들에겐 그러면 안되는데..

새삼 카랑카랑하게 찢어질것 같던 내 목소리가 아이들의 가슴에 생채기를 남긴것 같아 미안하다.

 

엄마로서의 역할과 사랑을 정말 제대로 알게 되었을때.. 시기가 이미 늦어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순두부가 올때까지 3일남았다.

그때까지 아이들을 많이 안아주고 많이 신나게 해주고싶다..

힘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