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와 비행기 타기
베트남으로 올때, 가장 신경쓰였던건...
아기둔 엄마들이 모두 그렇듯, 아직 어린 막내와의 비행기 타기였다.
무려 5시간정도의 비행시간 내내 이제 24개월짜리 아기가 가만히 있을리는 만무하고..
좁은 좌석에서 앞, 뒤, 옆자리의 어른들에게 폐를 끼치진 않을까 전전긍긍.
이번 비행기에서도 역시나 열심히 준비한 것에 비해서는...
앞 좌석 젊은 남자의 컴플레인을 들을 수 밖에 없긴 했지만..
그 나름으로 내가 준비한 팁을 소개해 본다.
1. 유아용 카시트 신청
대한항공에서는 24개월까지 카시트 신청이 가능하다. 우리 막둥이는 차를 타고 다닐때 항상 카시트에 앉았던 습관이 있어서
혹시나 카시트에 앉으면 잘 지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순두부를 볶아 대한항공에 신청.
3일전 미리 전화로 신청할 수 있다고 해서 전화로 신청을 해두었다.
비행기에 올라보니 막둥이가 앉을 자리에 똭.
유아용 카시트가 설치되어있고, 다행히 집에서 타던것과 비슷한 모델이라 보자마자 자기가 앉겠다고..ㅎ
이 유아용 카시트의 단점은 카시트의 각도때문에 아이가 발을 뻗으면 앞자리 뒷편에 닿는다는 것이다.
안그래도 좁은 이코노미 석에서 아이의 발이 자꾸 앞좌석 승객의 자리를 발로 밀고..
출발전부터 눈앞에 보이는 테이블을 올렸다 내렸다하니..
당연히 앞좌석 승객은 짜증이 났을테고..
출발전. 그냥 테이블을 펴지 않으시는게 좋을것 같아요.. 라며..
한마디를 들었다.
그때부터 얼마나 요 막둥이에게 뭐라고 했는지.. ㅠㅠ
하지만, 그걸 제외하고는 한번도 일어나겠다 한적이 없었고 안전벨트에 곱게 묶여 있으니
지 나름 편했는지 잠도 잘 자고. 비교적 조용하고 편안하게 보내긴 했다.
- 24개월 미만은 좌석을 구매할 수 없는 베트남 항공을 탔을땐.. 내내 내가 안고 있느라 나도 지도 덥고 힘들었던 기억이...;;
2. 유아식 신청
대한항공에는 유아식을 신청할 수 있게 되어있다. 3일전쯤 전화 또는 인터넷으로 신청이 가능하다.
우리 막둥이는 이제 24개월이기 때문에 완전 유아식보다는 (유아식엔 이유식이 나온다.) 어린이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시켰다.
막둥이가 좋아하는 스파게티. 유아식을 신청하면 음식과 함께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과자와 음료수 등 자잘한 간식이 뽀로로 도시락통(1회용)에 담아서 나온다.
막둥이는 스파게티도 잘 먹었고 함께 들어있던 우유과자도 참 좋아했다.
바나나 우유는 손에 들리자마자 흡입.
3. 유아식 식기
유아식을 신청하게 되면 뽀로로 도시락통에 각종 간식과 함께 유아들이 사용할만한 식기가 함께 나온다.
그 중 빵 칼은 날카롭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이 가지고 놀기에 나쁘지 않다.
스파게티로 채운 배에 더이상 들어가지 않는 모닝빵과 칼을 쥐어주니 한참을 잘 논다.
4. 넷플릭스 , 뽀로로, 유튜브키즈...
넷플릭스로 다운, 뽀로로 다운, 유튜브키즈 오프라인으로 다운..
애가 볼만한 모든 영상은 모두다 저장해서 보여주었다. 미디어를 2시간이상 보면 안되고.. 뭐 이런말들은 이 순간만큼은 패스다.
뽀로로가 시들해질때쯤엔 타요.. 타요가 시들할땐 폴리.. 폴리가 시들할땐.. 캐리누나..
아직 뽀로로 덕후라 다른 영상들은 잘 안보지만 그래도 그렇게 가져간 영상들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5. 각종 젤리와 사탕..
비행기를 타기전 젤리와 사탕을 사서 쟁여 넣어두었다.
만일의 땡강에 대비하여 제공하기 위해.
하리보 곰 젤리가 제일 효과적이었다. 작기도 하고.. 한개씩 쥐어주면 오물오물.. 잘도 먹는다.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비행기를 타는것도 그렇고.
다른사람들에게 폐를 끼칠까 두려운 마음도 그렇고..
내릴때쯤 대한항공 승무원 매니저 같은 사람이 와서 아이가 참 조용하다며 잘 와줘서 고맙다는 식으로 이야기해주었다.
그래서 괜히 미안한 마음에 앞좌석 손님이 좀 불편하셨을 수 있다.. 아이가 발로 좀 차서요.
라고 하니 앞좌석 사람에게 괜찮으셨냐 묻는다.
젊은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 한참을 이야기 한다. 좌석을 미리 예약을 한건데.. 어쩌고..
괜히 낯이 뜨거워졌다.
우리 막내가 그렇게 큰 잘못을 한건 아닐텐데 말이다.
정확하게 뭐라고 이야기했는지는 듣지 못했지만.. 이야기를 듣는 승무원의 미안해 하는 표정을 보니 대충 알겠었다.
뭐.. 어쩌겠나. 그 사람 나름으로는 그래도 꾹참고 있었다가 이야기를 하는 걸테니. 새벽부터 비행기를 타는 모두가 피곤했을테니 말이다..
그래도 뒷맛은 씁쓸했다.
괜시리 무거운 마음을 누르며 공항에 도착해 일어서려니.. 우리 뒤에 앉았던 어르신들과 그 젊은남자 옆에 앉았던 어르신들이..
마치 그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 어쩌면 애가 이렇게 조용하게 오냐고. 아직 어린 아기가 참 얌전하다며 토닥여주신다.
죄송하다고 감사하다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아이를 데리고 있다는 것이 죄는 아닐텐데... 왜 자꾸 주눅이 드는지.
그런 내 맘이 아이한테까지 전달될까 걱정이 든.. 여행이었다. 아마도 아이를 가진 엄마들만이 아는 느낌일꺼다.
담엔 너도 나도 조금더 성장할테니 괜찮아지겠지.
아이와 아이를 가진 부모도 조심해야겠지만.. 아이를 먼저 배려해주는.. 아이다움을 인정해주는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길 바라본다.